내가 MP3를 처음 구입한 것은 2008년이었다.  항상 가지고는 싶었는데 생각만 할 뿐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MP3는 무조건 비싸다는 선입관이 있었다.  그리고 단순히 노래를 듣는 기계라는 것 외에 아는 것이 없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체로 집에 있었기 때문에 노래를 듣고 싶다는 생각이 크게 없었다.

그러다 어떻게 친구의 도움을 받아 첫 MP3을 구입했다.  내가 구입했던 제품은 모비블루의 X5였다.

이 mp3로 참 즐겁게 잘 지냈다.  그러나 문제는 올해 초.  유럽을 여행하면서였다.  내가 여행을 시작하기 전부터 유럽은 폭설과 강추위가 지속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mp3를 굴리다보니 고장이 나 버렸다.  일단 액정 속에 김이 서렸다.  그리고 이어폰 연결부가 끊어졌는지 손으로 꾹 눌러야 이어폰으로 소리가 들렸다.

한국에 돌아와 mp3를 구입하기 위해 알아보고 있다가 친구를 만났다.
"이거 뭐?"
"아이팟 터치."

정말 신세계를 보는 느낌이었다.  아무데서나 무선인터넷을 할 수 있다는 것 하나에 눈이 휙 뒤집혔다.
'무선인터넷만 아무 곳에서나 사용할 수 있으면 정말 최고인데?  굳이 무겁게 사전을 다 챙겨들지 않아도 될테고.'

그때부터 아이팟 터치 구입을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는 가격.  중고로 하나 장만해보려 했지만 역시 가격이 문제였다.  아무리 예쁘고 성능이 좋다고 해도 내가 그 성능 다 쓰는 것도 아니고 결정적으로 가격.  감히 그 가격을 시원하게 결제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제품들도 알아보았다.  하지만 한결같이 비쌌다.

무료한 한때를 보내던 화요일.  (4월 27일)  심심해서 또 무선인터넷이 되는 mp3을 검색하며 좌절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 아이리버 w10도 있어요.

w10?
이건 내가 지금까지 검색하면서 본 것이 아니었는데?  가격을 찾아보았다.  이 정도는 이번달 허리가 휘면 감당할 수 있는 가격.  까짓거 담배 줄이고 최대한 돈 아끼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가격.  문제는 이것이 원래 mp3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인터넷전화기로 나온 것이었다는 것이었다.

혹시 인터넷 전화기 가입하지 않으면 사용 못하는 거 아냐?
더욱이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가입한 후에 물건을 보내준다는 몇몇 광고를 보니 더욱 망설여졌다.  그래서 w10에 대해 검색하기를 2시간.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기계만 사용해도 상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결제시작.  카드로 결제하려는데 ISP번호를 입력하라고 했다.  입력했다.
- 틀렸습니다.
또 입력했다.
- 틀렸습니다.

"아악!  ISP 비번 뭐였지?"
3번 틀리면 무효가 되는 ISP.  그거 다시 받으려면 또 엄청난 귀찮음이 찾아올 것이었다.  그래서 인터넷뱅킹결제로 바꾸었다.
"진작 이렇게 할 걸."
여기는 인터넷이 느린 외국이 아니었지.  내 계좌번호를 몰라서 카드결제로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실시간계좌이체로 해놓고 내 거래은행 사이트에 들어가 계좌번호를 적어 결제하면 될 일이었다.

그리고 물건이 왔다.  바로 사용시작.
몇 달 mp3이 없었다.  'mp3은 역시 걸으면서 음악을 들어야 제 맛!'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갈 일이 없었다.  굳이 일을 만들어 나가려고 했지만 역시나 귀찮음.

이번달은 때늦은 보릿고개가 되겠구나...
글쓴이: 활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