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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12 국민학교 사회 교과서
Happysky님의 사진(http://happysky1002.tistory.com/270#comment4779535)에 댓글을 달다 초등학교 교과서 생각이 났다.

딱 생각나는 것이라고는 산수와 산수익힘책 뿐이었다.  도덕, 자연도 부책자가 있었고, 국어는 읽기, 말하기, 쓰기로 있었는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산수익힘책과 쓰기였다.  산수익힘책은 숙제로 나왔는데 정말 문제밖에 없었다.  다른 부교재는 읽는 재미라도 있는데 이건 뭐 읽고 자시고가 없었다.  닥치고 계산에 계산이었다.  좀 생각없는 아이들은 전과를 그대로 베껴서 '스스로 해보시오'라는 문구를 그대로 베껴오기도 했다.  쓰기 역시 읽을 거리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었다.  거기에 글씨를 못쓰는 내게 쓰기는 말 그대로 선생님께 무조건 혼나고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쓰는 고역의 책이었다.  그것 뿐이 아니었다.  각 과 맨 뒤에 있는 글씨쓰기는 마분지나 기름종이를 붙여 한 번씩 더 써야 했다.  같은 글을 세 번씩 쓰는 것인데, 기름종이를 대고 쓰다보면 종이가 조금씩 삐뚤어지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글자가 위아래로 삐뚤빼뚤 진행되었다.  한 번 잘못 쓰면 지워지지도 않았다.  지우다가 찢어먹기 일쑤였다.  그래서 국민학생때 산수익힘책과 쓰기책만 없어도 학교생활이 매우 즐거울 거라고 생각했다.

4학년 1학기 사회교과서의 앞부분은 각 지역 특화로 진행되었다.  즉 교과서가 전국 한정판인 셈이었다.  서울은 서울지역 사회 교과서를, 경기는 경기지역 사회 교과서를 사용해야 했다.

문제는...

나는 제주도민.

교과서가 저렇게 나왔으니 당연히 전과도 저렇게 각 도별로 나누어져 나와야했다.  그래서 전과와 문제집이 각 지역 부분은 따로 나왔다.  나는 누나 것을 그대로 물려받아 별 문제 없었지만, 때를 놓치면 꽤 오랜 기간 기다려야만 했다.  어차피 제주도.  그 섬 안에서 품절이면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다른 지역에서는 전혀 구할 수 없고 출판사에서 또 찍어내야만 구할 수 있는 셈.

더 재미있었던 것은 전학생들이었다.  4학년 1학기때 육지에서 한 명인가 우리 반으로 전학을 왔다.  역시나 문제는...

사회 교과서!

다른 지역에서 전학왔으니 당연히 사회 교과서도 다른 지역 교과서.  우리는 처음에 신기해서 그 애의 교과서를 '돌려보았다'.  믿어지는가?  국민학생들이 교과서를 돌려보는 현상.  만화책도 아니고 교과서를 돌려보았다.

진짜 문제는 사회 시간에 걔는 멀쩡히 자기 교과서가 있는데 짝꿍 교과서를 보아야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걔만 그 부분을 배워야했을 때 사회 교과서를 안 가져와도 되는 특권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전혀 쓸데없는 타지역 사회 교과서를 가지고 와서 짝꿍 교과서를 같이 보아야 했다.

갑자기 너무 오래전 초등학교때 추억이 생각났다.  아마 예전에 내가 지금 같았다면 그 교과서들 전국적으로 다 모아보았을 것이다.
글쓴이: 활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