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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11 즐거운 뻘짓 6


대학교 3학년 때 심심해서 한 카페에 올리기 시작한 글이 있었다. 이름하여 '나의 외국어 방랑기'.

어렸을 때 영어가 아닌 다른 외국어를 공부하고 싶었다. 영어는 정말 싫어했고 잘 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외국을 가보고 싶었기 때문에 외국어를 공부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때는 아직 지금보다 다양한 외국어에 대한 관심이 훨씬 적었을 때라 다른 외국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심지어는 일본어 교재조차 얼마 없었다!

고1때 일본어를 독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JLPT 3급을 마치고  2급을 준비하려는데 혼자서 하려니 너무 힘들었다. 일단 청해는 답이 없었다. 카세트 테이프가 달린 교재는 너무 비쌌고, 그나마 있던 카세트 테이프를 틀어놓는 것도 부모님께서 매우 싫어하셨다. 부모님께서는 내가 그 시간에 영어를 공부하기를 강력히 원하셨기 때문에 일어 공부는 대놓고 몰래몰래 공부해야 했다. 그나마 부모님께 덜 혼나기 위해 영어가 아닌 다른 과목 공부를 열심히 하려고 했다. 그래서 사전에 중요 표시가 된 단어를 다 외우고 2급으로 넘어가려는데 너무 힘들었고, 다시 4급부터 공부하니까 단어를 다 까먹었다. 그래서 일본어 공부를 접었다.

본격적으로 외국어 방랑을 하게 된 것은 집에서 벗어나 혼자 살면서 마음껏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되면서부터였다. 문제는 영어를 잘 몰라서 원서를 휙휙 넘겨볼 수 없었던데다 군대 때문에 가끔 하던 외국어 공부들이 전부 중단되었다는 것.

하여간 그때 많은 외국어 공부에 도전했다가 실패했고, 그 이야기를 웃자고 연재했던 것이 나의 외국어 방랑기의 시작이었다. 그때 절대 다시는 이런 짓을 안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의외로 호응이 좋았고, 더 방랑하라고 부추기는 사람들까지 나타났다. 그 결과는...

책 한 권 분량의 뻘짓. 멀티라이브러리 외국어 도서관, 아랍어 도서관, 튀르크어 도서관은 이 길고 다양한 외국어 방랑의 결과물과 기념물, 수집품들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 나의 외국어 방랑기를 드디어 완결시켰다. 물론 방랑이 끝난 것은 아니다. 아직도 외국어 공부를 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더 이상 새로운 언어에 도전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했고, 이제 내가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언어는 내가 전혀 관심 없는 언어들이라 다행히 완결시킬 수 있었다. 완결 후, 내 돈을 들여 나의 외국어 방랑기를 책으로 제본했다. 내 20대를 기념하기 위해. 
글쓴이: 활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