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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15 동전
예전 여행 다녔던 것이 기억나서 여권을 꺼내 도장들을 보려는데 동전이 몇 개 같이 나왔다.

우리나라 동전은 아니고 무슨 동전인가 하고 보았더니 체코 동전 50코룬짜리 2개였다.

지금까지 체코 프라하를 딱 두 번 가 보았다.  올해 초 여행 초중반에 한 번, 귀국할 때 한 번이었다.  처음 프라하에 갔을 때, 정말 환장하는 줄 알았다.  날씨가 얼마나 고약한지 10분마다 날씨가 바뀌었다.  눈오다 해뜨다 다시 눈오다 비오다 아주 사람 미치는 줄 알았다.

더욱이 프라하와 부다페스트는 어디를 먼저 보았느냐에 따라 우열이 많이 갈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웅장한 것을 좋아하는지,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지, 낮의 풍경을 더 좋아하는지 야경을 좋아하는지도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된다.  체코 프라하는 아기자기하고 낮의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대신 야경은 정말 별볼일 없다.  부다페스트는 웅장하고 야경이 정말 아름답다.  낮에도 부다페스트는 아름답지만 프라하보다 현대적인데다 도시가 정말 커서 아름다움의 밀도가 프라하보다 매우 낮다.  이런 취향의 차이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비슷하다.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이나 성 바투스 성당이 부다페스트에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고, 부다페스트 왕궁의 언덕이나 세체니 다리가 프라하에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이 프라하에 있다면 그것 하나만은 참 매우 정말 이상할 것 같다.  오래된 프라하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세련미가 있는 건물이니까 이거 하나 예외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나는 부다페스트부터 본데다 날씨마저 부다페스트때에는 그래도 돌아다닐만 했는데 프라하는 그냥 사람 정신분열 만드는 날씨였다.  더욱이 원래 계획은 프라하에서 프랑스 파리로 기차타고 바로 넘어갈 계획이었는데 부다페스트에서 프랑스 파리로 가는 것보다 기차값이 비싸고 프라하에서 폴란드 바르샤바로 가는 기차값도 너무 비싸서 모든 걸 다 바꾸어 다시 남행을 하게 되었다.  그것도 모자라 류카센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절묘하게 내가 프라하를 간 날 프라하를 방문해 바투스 성당은 들어가지도 못했다.  구왕궁 입구부터 전면 차단한 것이었다.

프라하에서 날씨 때문에 고생하고 다음날 바로 부다페스트로 돌아갔는데 해가 쨍쨍이었다.  술을 즐기지 않는 내게 구야쉬라는 친근한 맛을 보여준 부다페스트가 프라하를 이겼고, 날씨도 이겼다.  더욱이 프라하는 입장료 받는 성당이 꽤 있었는데 부다페스트는 그냥 공짜였다.  부다페스트 성이슈트반 성당에서 이슈트반 대왕의 손 미라까지 공짜로 보여준다는 것에 '프라하 나쁜 곳, 부다페스트 좋은 곳'이라는 구분이 머리 속에 생겼다.


하지만 여행 경로의 마지막은 프라하였다.  프라하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되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프라하를 다시 가야만 했다.  부다페스트에서 프라하로 기차로 들어갔는데, 하필이면 중앙역이 아니라 홀레쇼비체역이었다.  전에 왔을 때에는 중앙역으로 왔기 때문에 길은 다 안다고 매우 자신하고 있었는데 홀레쇼비체역으로 떨어지니 그냥 정신이 멍할 뿐이었다.  홀레쇼비체역에는 '노숙자' 조차 없었고, 길도 전혀 모르는 처음 와보는 곳인데 도착시간은 새벽 4시였다.

숙소 정보도 없이 프라하로 와서 '정 안되면 공항에서 노숙하고 들어가야지'라고 생각했던 내게는 정말 당황스러운 현실.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일이 잘 풀렸다.  부다페스트에서 매우 좋은 가격에 환전한 체코 코룬을 들고 있었기 때문에 피씨방에 가서 어찌어찌 민박집 검색해 닥치고 들어갔다.  그래서 다행히 노숙은 하지 않고 민박에서 하룻밤 자게 되었다.

민박에 들어가니 내게 이것저것 30분 정도 프라하 관광에 대해 설명해 주었고, 그 길을 따라갈 뻔했다.  나는 지도를 쥐어주어도 지도를 못 보기 때문에 그냥 이름들만 가지고 몇 번 트램 타라는 정보와 함께 정말 많이 헤매었다.

다행히 날씨는 맑고 따스한 4월이었다.  환장의 날씨가 아니라 날씨 자체가 너무 아름다웠고, 길을 좀 알고 다니니 다닐만 했다.  예전에 보고 그냥 넘어갔던 것들도 다시 보니 꽤 아름다웠다.  그렇게 프라하와 화해했다...사실 일방적으로 내가 화내고 내가 뒤돌아선 것이었지만 말이다.  프라하야 내가 싫어했든 말든 신경도 안 썼을 것은 당연한 것이고.

거리를 돌아다니는데 체코의 동전들에 대한 설명을 우연히 발견했다.  50코룬짜리 동전은 그림이 프라하라는 것이었다.  10코룬짜리 동전에는 브루노가 그려져 있는데 거기는 가보지 않았다.  그래서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50코룬은 내가 걷고 있던 프라하가 그려져 있다고 했다.

떠나는 날.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에 프라하를 조금 더 보고 싶어 아침 일찍 민박집에서 나와 돌아다녔다.  어차피 길이야 아니까 마구 걸어다녀도 되고, 또 신기한 것이 길을 잃어버리면 강을 따라 걸어가면 되었다.  그러면 카렐교와 구시가지가 나오고, 여기에서 전철역에 가면 길을 다 찾은 것이었다.  체코 프라하가 정말 환상적으로 보였던 것은 바로 떠나는 날 아침이었다.

하지만 50코룬 동전을 구하는 것은 우연으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50코룬짜리 지폐도 있는데 지폐를 많이 쓰는 것 같았다.  그래서 지하철 표를 사며 100코룬을 50코룬짜리 동전 두 개로 바꾸어달라고 해 겨우 2개 구했다.

그렇게 구한 것이 바로 오늘 다시 보게 된 50코룬 동전이었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기념품을 사는 것이 싫어진다.  짐도 많이 차지할 뿐더러 돌아와도 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제도 많은데다 제대로 된 것은 비싼 경우가 많고, 비슷비슷한 것들도 많다.  냉장고 자석이나 엽서는 파는 곳은 팔고 안 파는 곳은 안 판다.

우리나라 관광지 가면 기념품이 한결같이 똑같다.  국내를 여행하며 모으는 것이 기차역 스탬프인데, 그것도 기차로 여행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고 큰 역에서만 기차역 스탬프를 찍어준다.

우리나라도 500원짜리 동전의 디자인은 각 도 및 시, 군 단위로 디자인이 다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글쓴이: 활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