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학원 애들 시험이 6월 말이라서 자습지도를 하러 갔다.

전날 축구를 열심히 보아서 잠을 얼마 자지 못했다.

따르르릉
전화가 왔다.
"오늘 1시 반까지 오시는 거 아시죠?"
"예."

어?  오늘 2시 반 아니었나?

시각은 1시.  이미 늦었다.  부리나케 머리만 감고 뛰어나갔다.  그러나 30분 늦었다.

자습지도를 시작했다.  다행히 애들은 나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애들 자습지도라는 것 별 거 없다.  애들이 질문하면 질문 받아주고 애들 조용히 하라고 하고 자는 애들 깨워주면 된다.  그런데 애들이 질문하러 원장선생님께 가고 떠드는 애들도 없었다.  자는 애들도 없어서 그냥 졸면 이름 한 번 불러주는 것이 끝이었다.

나도 공부를 하기 위해 준비해간 것을 꺼냈다.  공부를 하는데 심심하고 졸렸다.  나도 자습할 때 이렇게 졸리고 심심한데 애들은 얼마나 심심하고 졸릴까?  그래도 안 졸고 잘 버텨내었다.

쉬는 시간을 보내고 2번째 자습시간이 되었다.  2학년 A반 여학생 한 명이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1학년 남학생과 찌그닥찌그닥 거리기 시작했다.

"너 내가 낸 숙제 다 했어?"
"선생님 숙제 안 내셨는데요?"
"냈거든?"

진도 나가기 벅차서 나 답지 않게 숙제를 조금 많이 내 주었다.  평소에는 숙제를 절대 내주지 않고 함께 수업시간에 푸는데 이번에는 진도 따라가기 벅차서 처음 숙제를 내 주었다.

"그거 칠판에 작게 쓴 거요?"
"그래."
"안 했는데..."
"너 그거 해."
칠판에 이름을 적고 숙제 범위까지 적어서 시간은 오후 5시까지라고 적었다.
"왜 저만 해요?"
"응?"
"얘도 같은 반이잖아요."
옆에 앉은 애도 2학년 A반이었다.  하지만 걔는 스스로 잘 하고 있어서 특별히 지시한 것이 없었다.
"얘도 해야죠."
"저는 왜요!"

어쩔 수 없이 둘이 자습시간에 숙제를 하게 되었다.  첫 시간에 하던 공부 대신 가져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유럽신화'라는 책이었다.  책 자체는 흥미로웠으나 문제는 심심함과 잠을 깰만큼 말초적인 재미를 주는 책은 아니었다.  그래서 점점 정신이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너무 졸리고 심심해서 벽에 머리를 대고 앉아있는데 원장선생님께서 그 모습을 보셨다.
"박카x라도 하나 드릴까요?"
"예."

박카x를 먹으니 그나마 살 만 했다.

그 후 별 일은 없었다.  애들은 알아서 자습을 잘 했고 나는 졸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다음부터 자습지도 나갈 때에는 정말 재미있는 책을 가져가야겠다.
글쓴이: 활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