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20)

전에 이태원에서 사온 파키스탄 카레를 드디어 해먹기로 했다.

정육점에서 사온 고기를 썩은 고기로 사와서 고기는 넣지 않았다.  구입할 때 한 시간 정도 졸이고 졸이기 싫으면 그냥 전분 넣어서 걸쭉하게 만들라고 했다.  그러나 카레 한 번 하자고 나가서 전분을 사오는 부지런함을 떨 우리가 아니었다.

물을 붓고 카레 가루를 넣고 재료를 대충 썰어서 집어넣었다.  하지만 완전 카레국이었다.  배가 고파서 가루를 걸쭉해질 때까지 계속 넣었다.  물을 넣고 졸여서 걸쭉해지나 가루를 많이 넣어서 걸쭉해지나 그게 그거 아닌가?

가루를 마구마구 집어넣었다.  카레 봉지를 뜯을 때부터 나던 그 두바이 냄새가 끓이니 방에 꽉 찼다.  원래 방에서 나던 냄새와 섞여 순수한 두바이 냄새도 아니고 한국 카레 냄새도 아닌 이상한 냄새가 나서 우리는 이를 '이태원 냄새'로 명명하기로 했다.

카레는 친구가 잘 요리해서 맛은 있었지만 너무 맵고 짰다.  예전에 파키스탄 요리는 맵고 짜다고 했는데 이것은 한국의 맵고 짠 맛을 뛰어넘었다.  매운 맛은 성균관대 앞의 '뭐시기 궁전'이라는 이란 요리사가 요리하는 카레가게에서 먹을 수 있는 수준에서 가장 매운 맛보다 더 매웠다.  그 매운 맛 시켰더니 요리사가 직접 와서 내게 '먹을 수 있는 맛 이상의 매운 맛도 해줄 수 있다'고 자랑했었다.

어쨌든 가게에서 같이 사온 난에 카레를 찍어 먹고 설거지를 하고 친구와 놀러나갔다.  한 두 시간 정도 놀다 들어왔다.

"워매 이태원 냄새!"
카레 냄새가 많이 빠져야할 시간인데도 방에 꽉 차서 냄새가 사라지지 않았다.  분명 나가기 전에 데톨도 뿌리고 창문도 열고 나갔는데 그대로였다.

거의 후각이 마비되다시피 해서 자고 일어났다.  그래서 오늘(월요일)이 되었다.  일어나서 설거지를 하려는데 경악했다.

하수구에서 그 이태원 냄새가 계속 스물스물 올라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정말 빠지지 않는 냄새다.
글쓴이: 활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