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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08 언어의 구분과 몰도바어 자료 구하기 4
개인적으로 여러 외국어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뜻이 맞는 다섯명이 뭉쳐 멀티라이브러리를 팀블로그로 운영하고 있다.

여러 외국어 자료를 구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사용하는 지역과 민족, 그리고 언어의 역사에 대해 접하게 된다.

언어의 구분은 사실 명확하다고 할 수 없다.  어느 정도 차이가 나타나야 새로운 언어로 본다는 명확한 기준은 사실 없다.  물론 아예 안 통한다면 전혀 다른 언어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대충 잘 통하는데도 다른 언어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도 지역감정이 극단적으로 갔다면 언어가 무지 많은 지역이 되었을 것이다.  서울 토박이들 가운데 사투리를 알아듣기 매우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작정하고 '우리는 이제부터 너희와 다른 말이다'라고 선언하고 다르게 말을 발전시키면 새로운 언어가 된다.  물론 인정받는데에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계속 꾸준히 달라지고 다른 언어라고 계속 선전하면 다른 언어가 되기 마련이다.

체코어와 슬로바키아어, 그리고 세르비아어, 크로아티아어, 보스니아어가 대표적으로 '방언 정도의 차이를 보이는데 다른 언어로 구분되는 언어'의 예로 꼽힌다.

여행을 다닐 때 책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꾹 참아야했다.  짐이 워낙 많아서 책을 욕심나는 대로 구입했다가는 짐도 문제고 여행 경비도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동유럽 여행을 다닐 때에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현지어로 된 것, 그리고 포켓 사전만 구입했다.  포켓 사전은 원래 살 생각이 없었는데 동유럽 사람들이 영어를 잘 하지 못해서 살기 위해 구입했다.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버스표를 사는데 영어 2와 12를 구분 못해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물론 영어가 통할 거라는 생각은 분명 말도 안 되는 생각이기는 했다.  전국민이 영어를 할 줄 알아서 동네 구멍가게 아주머니까지 영어를 알 리가 당연히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동유럽은 그것보다는 좀 더 심했다.

루마니아 부쿠레슈티는 그다지 볼 게 많은 도시가 아니었고, 깊은 인상을 주지도 못했다.  전통 가옥이 좀 특이하다는 것 외에는 그다지 인상적인 것이 없었다.  루마니아 전통의복을 보기 전에 불가리아 전통의복을 먼저 보았다.  불가리아 전통의복은 매우 예쁘고 화려하고 다양하다.  루마니아 전통의복은 불가리아 전통의복과 생긴 것은 비슷한데 많이 수수하다.  부쿠레슈티는 루마니아의 차우세스쿠가 근대적 도시를 만든다고 오래된 건물을 거의 다 밀어버리는 바람에 정말 인상에 남는 것이 별로 없는 도시인데 크기만 매우 크다.  몰도바는 아예 가지 못했다.  비자도 없었고 비자 받기도 까다로울 뿐더러 입국도 매우 힘들다는 정보만 얻었다.

요즘 몰도바와 루마니아 사이에는 묘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두 국가가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발생하고 있다.  루마니아는 몰도바인들에게 자국 국적을 계속 발급해 주고 있고, 몰도바 집권세력은 대놓고 루마니아와 통합할 것이라고 외친다.  같은 루마니아인이지만 루마니아는 루마니아로, 몰도바는 소련에 흡수되었다가 소련 붕괴하며 독립했으며, 루마니아는 자본주의 국가인데 몰도바는 아직 공산주의 국가라는 차이 정도이니 합치자고 할 만도 하다.  물론 EU와 러시아가 변수라고 하지만, 두 나라는 일단 합칠 의사가 있다는 것, 그리고 몰도바 체제가 자본주의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 하다.

몰도바에서는 몰도바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몰도바어는 루마니아어의 방언 정도로만 취급받는다.

루마니아어에도 큰 관심은 없었다.  루마니아가 다른 발칸 국가들과 헝가리, 체코처럼 매우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것이 아니다보니 루마니아어에도 관심은 있었지만 매우 낮았다.  당연히 몰도바어에는 더욱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의 기사를 보니 갑자기 몰도바어에 관심이 생겼다.  가뜩이나 방언 및 방언 취급받는 언어에 관심이 많이 가는데 어쩌면 몰도바어는 사라질 수도 있다.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루마니아와 몰도바가 합친다면 몰도바어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루마니아어만 남을 것이다.

그래서 부리나케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자료를 구하며 만든 정보들을 모두 동원해서 몰도바어를 찾아보았다.

결과는 보스니아어보다 더 없었다.  루마니아어와 정말 별 차이 없는 모양이다.  설명에 뭐라고 나와 있기는 한데 공부 자료로 삼을 만한 자료는 눈꼽만큼도 안 보였다.  심지어는 사전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딱 사전 두 종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Historical Dictionary of Moldova
Dicţionar moldovenesc-românesc

만약 내가 몰도바어에 조금만 일찍 관심이 생겨서 여행 때 구하려고 작정했다면 아마 몰도바어 자료를 어떻게든 구했을 수도 있다.  루마니아에서야 몰도바어 자료를 팔지 않을까 싶다.  보스니아어 사전도 보스니아 현지에서는 팔았다.  물론 보스니아어판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는 없어서 크로아티아어판으로 샀지만 사전은 있었다.  하지만 늦었다.  이제 인터넷으로 찾아내는 수밖에 없는데 인터넷에 몰도바어 공부 자료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몰도바어 자료를 대체 어떻게 구해야 할까?

이것은 정말 구할 수 없어보인다.
글쓴이: 활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