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또 학원을 갔다.

학원에 가려는데 사람들이 바글대서 역까지 빨리 갈 수 없었다.  그래서 눈 앞에서 학원에 안정적으로 도착하기 위해 타야 하는 마지막 전철을 놓쳤다.

역에 내리자마자 학원으로 달려가 겨우 지각을 면했다.

학원에서 애들에게 시험에서 찍는 법, 벼락치기 하는 법 같은 것을 자꾸 가르쳐 주었더니 별명이 '야매 선생님'이 되었다.  이 별명이 나름 마음에 든다.  이해를 시키고 사고력을 높이고...뭐 그러면 좋겠지만 사실 중학생 중 자신이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 아는 학생이 얼마나 될까?  일단 좋은 점수 받으면 공부가 하고 싶어지겠지.  이해하고 문제 틀려서 흥미 잃는 것보다 문제를 맞추면서 계속 여러 문제 같이 풀며 이해를 해 나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리고 일단 애들 성적이 어느 정도는 나와줘야 나도 일을 계속 하지.  아쉽게도 2학년은 중간고사 이후 범위가 찍는 요령으로 풀만한 것이 별로 없는 단원이라 필수 암기만 추려내서 외우게 시키고 있다. 

2학년 수업을 하는데 문제집에 '베스트팔렌 조약'과 칼뱅파 관련 문제가 나왔다.  분명 내가 배울 때에는 칼뱅파의 종교의 자유와 베스트팔렌 조약은 관련이 없다고 배웠다.  그래서 함정문제로 종종 출제되었었다.  물론 베스트팔렌 조약을 통해 네덜란드와 스위스가 독립하면서 그 국가들에서는 칼뱅파가 믿음의 자유를 얻었지만 나머지 국가들에서는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  그래서 영국 청교도가 미국 세우고 프랑스에서 낭트 칙령 폐지되며 프랑스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어 프랑스 대혁명이 발생하게 되는 경제적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문제 보기에 베스트팔렌 조약을 통해 칼뱅파가 종교의 자유를 얻고, 이후 유럽 국가들이 종교 문제로 다투기 보다 경제 발전에 힘쓴다는 보기가 있었다.  이것은 무조건 틀린 것.  그런데 맞는 것이었다.

"어?  이거 왜 이러지?"
내 기억이 잘못 되었나?  애들에게 설명을 해 주어야 하는데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칼뱅파가 믿음의 자유를 얻었다는 보기가 맞았다고 답지에 나와 있으니 나도 혼란스러웠다.  나중에 애들에게 사회책 한 번 가져와보라고 해야겠다.  어떤 교과서는 면죄부라고 하고 어떤 교과서는 면벌부라고 하고...하여간 확인을 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2학년 수업을 마치고 쉬고 있는데 3학년 여학생 하나가 내게 왔다.
"선생님, 스승의 날 선물이요."
"응?"
일단 당황했다.  스승의 날 선물을 받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애는 학원 선생님들 선물을 모두 준비해 하나씩 돌리고 있었다.

"나도 스승인가?"
학원 사회 선생님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내가 선생님이라고 생각을 해본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선물을 받아서 기쁘기보다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이런 기분은 고3때 가입만 하고 활동을 하지 않은 서클에서 후배들이 떡을 주었을 때 느낀 기분과 비슷했다.  물론 나도 활동은 했다.  고2때 가입해서 그해 고3 선배들 수능 떡값을 내었으니까.  하지만 가입했을 때 잠깐 활동하고 2학년 2학기부터 클럽/서클 시간에 친구들과 서클 활동 안 가고 노느라 바빴는데 서클 선배라고 후배들이 챙겨주어서 정말 당황했었다.  물론 그때와는 다르게 꼬박꼬박 열심히 학원에 출근해 수업을 하고는 있지만 이렇게 스승의 날 선물을 학생으로부터 받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정말 애들에게 잘 가르치도록 노력해야겠다.  하지만 베스트팔렌 조약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글쓴이: 활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