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내려오면 언제나 책을 주섬주섬 꺼낸다.

내 책은 지금 사는 곳이고 고향이고 매우 많다.  대학교때부터 책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서양 중세에 관심이 있어서 서양 중세와 관련된 것을 구입했다.

군대를 다녀오고나서부터는...참 많은 것에 미쳤다.  하필이면 살던 고시원 옆에 헌책방이 있었다.  좋은 책을 아주 싼 값에 팔았고, 어떨 때에는 서점에서 버젓이 정가로 파는 책이 새것으로 싸게 팔리고 있었다.  그래서 책을 참 많이 샀다.

그것도 모자라 제본까지 했다.  외국원서는 한 번 구입하려면 진이 다 빠지기 일쑤였다.  그나마 교보문고 같은 곳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이라면 괜찮은데 그게 아니라면 신용카드가 없는 관계로 집에 연락하는 방법 외에는 없었다.  고향 집 아버지께 연락해야 하는데 그러면 그 사이에 또 혼선이 빚어지고, 책이 왔다고 해도 방학이 되어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사기엔 아깝고 안 사자니 허전한 책들...

하여간 그렇게 해서 책이 모였는데 문제는...집에 그 책을 다 꽂을 자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부는 박스 속으로 들어갔다.  그게 우체국 박스 제일 큰 것 2개다.

그러니 집에 와서 하는 일은 읽고 싶은 책을 박스에서 빼내고 안 읽는 책으로 그 공백을 메꾸는 것이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하나 둘 빼고, 외국어일 경우 사전도 딸려나오니 책상 위에 책이 수북히 쌓여서 나중에는 건들 엄두도 나지 않게 된다.

지금도 그렇다.  그냥 책이 책상 위에 또 수북히 쌓여있다.  원래 정리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기는 하지만 책상에 책이 이렇게 쌓여있는 것을 보니 또 책에 손댈 마음이 사라진다.

혁신적인 정리방법을 하루빨리 개발하든지 해야겠다.
글쓴이: 활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