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집에 돌아온지 사흘째.

친구 집에서 밥을 아예 안 먹었다.  친구도 밥을 안 먹었다.

점심 즈음 일어나 자리에서 밍기적 거리고 있다가 청소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방정리가 다 안 끝난 상태라 어서 청소를 해야 방정리를 할 수 있었다.  내려가기 전 책을 모두 치웠는데 치운 책과 새로 들고온 책을 놓을 자리가 없었다.

방정리를 하는데 친구가 밥이 없다고 밥을 한다고 했다.

한참 쓰레기를 내놓고 있는데 친구가 다급한 목소리로 불렀다.

"야, 빨리 와 봐!"
순간 무언가 큰 일이 발생했음을 느꼈다.  이것은 생존과 직결되었을 때 외치는 소리였다.

방으로 후다닥 달려가보니 친구는 어이 없는 표정이었다.

"애벌레 있다!"

애벌레?  쌀에서 바구미가 나오는 것은 알았지만 애벌레는 몰랐다.  사실 쌀 애벌레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친구로부터 쌀을 받아 보니 바구미는 보이는데 애벌레는 보이지 않았다.
"어디 있다는 거야?"
"이거!"
바구미보다 하얀 커다란 애벌레가 꼬물꼬물 기어다니고 있었다.  쌀을 말려서 바구미를 없애는 정도로 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도 도저히 이건 찝찝해서 못 먹겠다고 했다.

결국 쌀을 날리고 주말을 날렸다.

벌레들이 소중한 쌀값을 잡수셨다.

글쓴이: 활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