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은 사람의 손을 탔는지 안 탔는지 냄새로 안다고 한다.

올해 여행을 하면서 많이 먹기는 했는데 항상 저렴한 음식만 먹었다.  거의 전부 야간이동을 해서 샤워도 제대로 못하고 기차 화장실에서 양말을 빨고 세수와 머리만 감고 발을 씻으며 여행하고 거리나 후즐근한 식당에서만 음식을 먹었더니 나중에 몸에서 현지인의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인 몸에서는 마늘 냄새가 난다고 한다.  냄새에 대한 기억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기억은 딱 두 개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 공항에 내렸을 때 톡 쏘는 수준을 뛰어넘은 쿡쿡 쑤셔대는 냄새 때문에 눈을 못 떴던 기억, 그리고 두바이 시티센터 안에 있는 거대한 가게에서 나던 냄새다.

놀라웠던 것은 마늘 냄새였다.  한국의 마늘과 유럽, 아랍의 마늘 냄새가 달랐다.  내가 맡고 느낀 바에 의하면 유럽, 아랍인 몸에서 나는 냄새와 유럽, 아랍에서 파는 마늘의 냄새는 비슷했다.

코가 안 좋은 것인지 왠만큼 냄새가 강하지 않고서는 다른 인종에게서 무슨 냄새가 나는지 잘 못 느낀다.  그냥 화장품 냄새가 많이 다르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가게나 시장에 가면 정말 다른 새로운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쌀벌레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9월 6일.  나와 친구는 이태원에 갔다.  이유는 밥을 먹고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우리 사이에는 일종의 규칙이 있다.  고향에 갔다올 때 반드시 식자재를 들고 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 고향에 갔다오며 빈손으로 왔고, 이날 저녁을 내가 사는 것으로 약속을 지킨 것으로 치기로 했다.

터키 식당에서 케밥을 먹는데 도무지 터키에서 먹었던 그 느낌이 나지 않았다.  음식도 먹어보니 터키에서 먹었던 음식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나중에야 일이 있어서 다시 가서 먹어보고 알았지만 제일 터키 현지의 느낌과 비슷한 맛은 '라흐마준 피자'였다.  그 냄새...그 맛...똑같았다.

밥을 먹고 친구와 이 가게 저 가게 구경하며 돌아다니는데 인도, 파키스탄, 아랍 식료품을 파는 가게들에서 그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다.  딱 한 가게에서 그 냄새가 확실히 났다.  정말 두바이에서 맡았던 그 냄새와 아주 비슷한 냄새였다.  그 냄새보다는 많이 연했지만 똑같은 냄새였다.

집에 들어와보니 친구가 카레를 해 놓았다.  그런데 냄새가 항상 맡던 카레 냄새와 달랐다.
"냄새가 다르네?"
"내가 너 몰래 비밀의 레시피를 넣어서 만들었어."
카레에 치즈도 넣고 미숫가루도 넣었단다.  그런데 그 외 무슨 재로가 들어갔는지는 모르겠다.  비밀이란다.

먹어보니 냄새처럼 먹던 맛이 아니었다.
"마늘이 없네?  고추도 없고."
우리는 카레를 해먹을 때 마늘과 쳥량고추를 듬뿍 집어넣는다.  마늘을 많이 집어넣으면 인도 카레와 냄새가 똑같아진다.  그리고 시중의 매운 맛 카레로는 우리가 원하는 매운맛을 만들지 못해 청량고추를 듬뿍 집어넣는다.

"마늘도 없고 고추도 매운 맛이 없더라."
글쓴이: 활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