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친구와 파키스탄 카레를 또 만들었다.

이번에는 친구의 개조방안을 따라 감자를 갈아넣기로 했다.  지난번에는 너무 묽어서 카레 가루를 자꾸 넣었더니 너무 맵고 짜게 되었다.  구입한 가게 주인 아저씨 말로는 한국식으로 하려면 저눈을 조금 넣으라고 했다.

감자에는 전분이 있다.  감자를 갈아서 넣으면 분명 전분 효과가 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감자를 깎아 열심히 갈았고, 친구는 카레를 만들었다.

음식이 만들어지는 동안 화장실 청소를 하는데 친구의 반응이 이상했다.

방에 들어와서 먹어보니...

냄새와 색은 카레인데 아무 맛이 없었다.  그리고 너무 걸쭉했다.

"이건 정말 맛없다."
요리를 잘 하는 친구였지만 나는 이것만은 정말 참을 수 없었다.  아무리 맛없는 카레를 먹어도 항상 맛있었는데 이건 정말 아무 맛이 없었다.  맨밥을 퍼먹는 맛인데 느낌이 너무 이상했다.
"이건 내가 뭐라 할 수가 없구나."
친구도 인정하고 말았다.

아침.  일어나서 카레를 먹으려고 보았다.  그러나 어제의 충격으로 인해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야, 이거 버리고 그냥 다른 거 먹으면 안 될까?  라면 끓여먹자."
"뭘 그걸 물어봐.  그냥 버려!"
버리려는데 밤새 떡이 되어서 버려지지 않았다.  국자로 퍼서 버리는데 주변은 완전 풀처럼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버리다 버리다 물에 불려서 설거지를 하는데 덩어리째 떨어지는 그것의 공포는 손에 미끄덩 미끄덩 매우 불쾌한 느낌을 던져주었다.

다음엔 좀 더 생각을 많이 하고 계산해서 카레를 만들어야겠다.
글쓴이: 활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