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카레 설거지를 마치고 집에 굴러다니는 동전을 박박 긁어모아 우유를 사러 나갔다.

햇볕이 너무 좋아 햇볕에 취해 걸어가는데 매우 익숙한 동요가 들렸다.

"파란 하늘~파란 하늘 꿈이 드리운 푸른 언덕에~"
동요 '아기염소'였다.  스피커로 나오는 노래라 어떤 과일장수가 저 노래를 틀고 돌아다니나 궁금했다.

할머니가 앞에서 아기가 탄 세발 자전거를 끌고 가고 계셨다.  자전거가 굴러가면 동요가 나오고 있었다.  그런 자전거가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아주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국민학교 3학년 때였을 거다.  하루는 담임 선생님께서 전부 나와서 노래를 한 곡씩 부르라고 하셨다.  잘 부른 사람은 무슨 동요 부르기 대회에 나갈 거라고 하셨다.

하지만 우리 모두 귀찮았다.  동요 부르기 대회에 나가느니 그 시간에 친구들과 공을 차는 것이 더 좋았고, 동요 부르는 것 자체에 관심이 없었다.  한 반이 50명 정도 되었고, 그 중 절반은 남자였다.  번호는 생일 순서대로 1번부터 남자, 남자 번호가 다 끝나면 또 생일 순서대로 여자 번호가 시작되었다.

마침 교과서에는 전설의 동요 '퐁당퐁당'이 있었다.  퐁당퐁당은 노래도 짧고 매우 친숙한 동요였다.  둘이 악수를 한 상태에서 퐁당퐁당을 부르며 가위바위보를 해 진 사람 손등을 때리는 놀이를 즐겨 했다.

남학생 모두 귀찮고 진지함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었다.  그냥 대충 후딱 부르고 자리에 돌아와 떠들고 놀자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1번부터 남학생은 거의 모두 '퐁당퐁당'을 열창(?)했다.  한 곡 부르면 시간이 좀 가야 하는데 매우 회전이 빨랐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남학생 전부 노래를 마쳤다.

그 중 한 명만 '아기 염소'를 불렀다.  그리고 그 학생이 반 대표로 나갔다.
글쓴이: 활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