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를 맞이한 것은 그냥 더위였다. 물론 한국에서 겪은 더위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얼마나 후덥지근한지 숨을 쉴 수 없었다. 비행기 타고 장시간 이동해 그저 피곤할 뿐이었는데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숨을 쉴 수 없었다. 두바이는 바닷가라서 덥고 습하니 정말 이건 답이 없었다.
두바이를 보고 아랍의 희망이니 뭐니 한다. (작년 금융위기 때문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하지만...) 하지만 내가 가서 보니 이게 아랍의 희망인지 파키스탄의 희망인지 인도의 희망인지 할 말이 없었다. 물론 두바이는 엄연한 아랍세계의 영토이지만 가보니 아랍인은 구경할래야 구경할 수 없었다. 두바이에서 본 아랍인에 대한 기억이라면 상당히 거만한 출입국 심사 직원들 뿐이었다. 동유럽 사람들이 거만하네 어쩌네 하는데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하여간 공항에서 나오니 인도인, 파키스탄인, 방글라데시인 바글바글이었다. 아랍인은 공항과 시티타워 같은 곳에서밖에 보지 못했다. 민박집에서 가게를 가도 그쪽 사람들, 택시를 타도 택시기사가 그쪽 사람들, 거리의 버스 속에도 온통 그쪽 사람들 뿐이었다. 내가 비행기를 잘못 타서 카라치에 와 있다고 해도 믿을 지경이었다.
두바이에 대한 기억이라면 공사장들과 (공사는 정말 많이 하고 있었다) 인도인, 파키스탄인, 쇼핑몰 정도다. 원래 인구가 얼마 안 되고 그네들이야 석유로 잘 사니까 막일할 사람 수입해 온 것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머리 속의 이미지는 딱 세 개로 정리된다. 공사장, 부자들의 아랍풍 놀이동산, 인도인과 파키스탄인.
며칠 전 외국 언론사 홈페이지를 내 블로그에 하나하나 올리면서 보니 바레인에 우르두어 신문이 있었다.
그럼 그렇지...이 동네 사람들이 온통 그쪽 사람들인데...
생각해보니 파키스탄 언론사를 찾아볼 때 우르두어로 된 언론을 몇 개 찾지 못했다. 그 귀한 우르두어 인터넷 신문 사이트 중 하나가 바레인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하니 그냥 웃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