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정말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대학교 3학년때 처음 디카를 샀다. 소니 w-1을 샀는데, 참 내 속을 무던히도 많이 썩였다. 그 유명한 '멍점'이 생겨서 태어나 처음 '진상'을 부려보았다. 멍점 때문에 두 번 수리를 받았는데 오히려 멍점이 심해졌고, 덕분에 착불로 잘 수리받기는 했지만 말이다.
카메라가 작아서 그때는 참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매일 찍었던 것 같다. 사진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사진'이라는 것이 들어간 책만 보이면 닥치는 대로 읽고 공부했다. 화각을 개조해 보겠다고 안경 렌즈를 구입해 별 뻘짓을 다 했고, 구도를 익히겠다고 사물을 하나 놓고 계속 찍어보았다.
그때는 정말 사진에 미쳐있어서 의외로 괜찮은 사진도 많이 나왔다. 워낙 많이 찍으니까 아주 많은 사진 중 한 두 장 괜찮은 사진이 나왔다.
그래고 대학교 4학년때 코닥 P880으로 바꾸었다. 이때부터 사진을 덜 찍게 되었다. 카메라가 큰 것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작을 때에는 정말 자유롭게 찍었는데 큰 것으로 찍으려니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카메라를 멀리하다 올해초 삼성 wb500을 구입했다. P880 전원이 약간 고장난 것 같아 카메라를 바꾸려는데 당시 24미리 화각을 지원해주는 카메라 중 가격이 제일 만만한 녀석이 wb500이었다. 그러나 사진을 다시 많이 찍게된 것은 아니었다. 사진기만 바뀌었을 뿐, 사진을 안 찍기는 마찬가지였다.
사진을 안 찍다보니 실력이 많이 줄어들었다. 더욱이 아무리 찍어도 예전과 같은 느낌이 살아나는 사진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예전에는 엉망으로 찍어도 사진을 보면 느낌이 살아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리 괜찮게 찍은 거 같아도 느낌이 없다.
다시 사진과 친해지려고 카메라를 종종 들고 나가는데 한 장이라도 찍는 날이 거의 없다.
조만간 사진을 다시 찍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