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원래 학원에 가지 않는 날이다.  그러나 금요일에 일이 생겨서 부득이하게 수업을 바꾸어 오늘 학원에 갔다.  다행히 국어 A선생님께서 수업을 바꾸어주시겠다고 하셨다.

월요일.

나에게는 정말 중요한 날이다.  웬만해서는 월요일에 절대 일을 집어넣지 않는다.  월요일은 그냥 집에서 쉬는 날이기도 하고, 평일에 볼 일이 있으면 월요일에 다 몰아서 본다.  그래서 내게 월요일은 매우 중요한 날이다.  회사를 다닐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월요일은 비워놓았다.  이렇게 비워놓으니 이래저래 유용하다.  예비군도 월요일에 가면 아무 지장이 없고, 다른 데에 나가야하는 일이 있을 때 월요일에 나가면 된다.

문제는 월요일에 일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  오늘은 국어 A선생님 수업 대신 들어갔다.  첫 시간은 1학년 B반이었다.  그냥 무난하게 갔다.

2교시는 중3.  중3은 경제를 배우고 있는데 하필 오늘은 수요-공급 곡선의 변화였다.  수요-공급 곡선의 변화...어떻게 보면 이 단원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고등학교 경제에도 그대로 나오는 수요-공급 곡선.  거기에 대학까지 와서도 따라오는 수요-공급 곡선.  그래서 정말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애들이 다 이해했는지는...글쎄...잘 모르겠다.

3,4교시는 중2.  하필 산업혁명이었다.  지난주에는 프랑스 대혁명, 이번주는 산업혁명.  이것 두 개는 닥치고 다 암기.  내용에서 마땅히 가감할 것이 없으며 전부 시험에 아주 잘 나오는 부분.  외울 것도 많고 이해시키기엔 참 재미없는 부분.  찍는 요령도 별로 없고 그냥 순서를 닥치고 외워야하는 부분.  그래도 대혁명보다는 산업혁명이 설명하기는 편했다.  하지만 역시나 너무나 중요한 범위.

2, 3, 4교시 수업을 하니 정말 땅이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어지러웠다.  밥도 안 먹고 왔는데 진도를 잘못 조절해서 2,3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딱 겹쳐버린 것이었다.  오늘 수업의 특징이라면 세계사를 배우는 2학년 애들도 경제 내용을 배웠다는 것이었다.  경제라고 해도 워낙 간단한 것이라서 '공급이란 생산자, 판매자, 수요란 소비자, 구매자.  물건 비싸면 사기 싫지? 그래서 수요 감소.  물건 싸지면 회사에서 팔기 싫지?  그래서 공급 감소.' 이렇게 이야기하면 잘 알아듣는다.  문제는 용어.  지난번 중3 중간고사에서 한 번 된통 당했다.  애들이 수업시간에서 내용은 이해하는데 정작 시험때가 되니 용어를 못 외워서 쩔쩔매었던 것이었다.  제발 애들이 용어랑 순서를 잘 외워야할텐데...

정말 아직 요령이 없으니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
글쓴이: 활활이
자료를 하나하나 또 올리기 시작했다.

이미 올릴 수 있게 정리가 된 자료도 있고 올리면서 자료로 만드는 자료들도 있다.  중앙아시아에서 사용하고 있는 언어들은 전부 올리면서 자료를 만들고 있는 자료들이다.

중앙아시아어 자료를 다루다보면 정말 아제르바이잔 정부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아제르바이잔에서 사용하는 아제리어는 라틴 알파벳이다.  소련 시절에는 아제리어도 키릴 문자를 사용했지만, 독립 이후 정말 완벽하게 라틴 알파벳으로 돌아갔다.  원래는 아제리어도 라틴 알파벳을 사용했었다.

문제는 그 외 중앙아시아 언어들.  카자흐어, 우즈벡어, 투르크멘어, 키르기즈어, 타지크어.  타지크어는 확실히 키릴문자를 사용한다.  여기까지는 정말 키릴 문자를 사용하는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  이란어에서 사용하는 아랍 문자를 사용했다면 아마 자료를 가공하는 데에 있어서 더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발음 전사까지 하려고 하면 정말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아랍어는 그래도 나름의 전사 방법을 만들어서 발음 전사를 하고 있지만 이란어는 제대로 배운 적도 없는데다 전사를 하지 않으면 나도 읽기 힘들다.  아랍어는 그나마 3모음이지만 이란어는 5모음이다.  물론 적어 놓은 것을 보면 알아볼 수 있는 단어들도 많다.  하지만 읽지는 못한다.  이란어에서의 발음은 아랍어와는 조금 다르다.  자음 읽는 거야 아랍어 문자를 알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란어도 아랍어처럼 모음을 적지 않는다.  그런데 아랍어 단어와 똑같이 쓰고 모음이 달라지는 경우가 매우 많다.  그래서 의미는 아는데 못 읽는 경우가 많다.  이렇기 때문에 타지크어는 키릴 문자를 사용하는 것이 매우 고마울 따름이다.

하지만 나머지.  카자흐어, 우즈벡어, 투르크멘어, 키르기즈어.  여기에서 카자흐어, 키르기즈어는 확실히 키릴 문자를 사용하고 우즈벡어는 아직 혼용하고 있다고 하지만 어쨌든 라틴 알파벳을 사용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정말 문제는 투르크멘어.  공식적으로는 라틴 알파벳이란다.  그런데 자료들 전부 키릴 문자로 되어 있다.  더욱이 여기도 키릴과 라틴을 혼용한단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이쪽에서는 러시아어 키릴 문자를 상당히 많이 쓴다.

키릴 문자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중앙아시아 언어에서의 키릴 문자에는 몇 개 문자가 추가되어 있다.  이것은 참을 수 있다.  문자 몇 개 위치만 외우면 되니까.  그런데 러시아어 키릴 문자를 대부분 다 사용하고 그 중에서 ы를 쓴다는 것이 문제다.  키릴 문자는 러시아어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불가리아어도 사용하고 세르비아어도 사용한다.  불가리아어나 세르비아어에서는 라틴 알파벳 그대로 치면 키릴로 나온다.  그러나 러시아어만은 따로 자판을 외워야 하는데 아직 다 외우지 못했다.  불가리아어나 세르비아어 키릴 문자 자판으로 러시아어를 입력하지 못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바로 ы다.  ы와 ё가 없기 때문에 결국 러시아어 자판을 사용해야만 한다.  투르크멘어에서는 저거 두 개를 다 쓴다.  더욱이 투르크멘어에서만 사용하는 문자가 또 있다.  즉 전사를 해도 투르크멘 키릴과 라틴을 완벽히 외운 것이 아니라 골치 아프고, 키릴로 치자니 러시아어 자판을 못 외워 골치가 아픈 것이다.

어서 둘 다 외워야겠다.
글쓴이: 활활이
금요일.  또 학원을 갔다.

학원에 가려는데 사람들이 바글대서 역까지 빨리 갈 수 없었다.  그래서 눈 앞에서 학원에 안정적으로 도착하기 위해 타야 하는 마지막 전철을 놓쳤다.

역에 내리자마자 학원으로 달려가 겨우 지각을 면했다.

학원에서 애들에게 시험에서 찍는 법, 벼락치기 하는 법 같은 것을 자꾸 가르쳐 주었더니 별명이 '야매 선생님'이 되었다.  이 별명이 나름 마음에 든다.  이해를 시키고 사고력을 높이고...뭐 그러면 좋겠지만 사실 중학생 중 자신이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 아는 학생이 얼마나 될까?  일단 좋은 점수 받으면 공부가 하고 싶어지겠지.  이해하고 문제 틀려서 흥미 잃는 것보다 문제를 맞추면서 계속 여러 문제 같이 풀며 이해를 해 나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리고 일단 애들 성적이 어느 정도는 나와줘야 나도 일을 계속 하지.  아쉽게도 2학년은 중간고사 이후 범위가 찍는 요령으로 풀만한 것이 별로 없는 단원이라 필수 암기만 추려내서 외우게 시키고 있다. 

2학년 수업을 하는데 문제집에 '베스트팔렌 조약'과 칼뱅파 관련 문제가 나왔다.  분명 내가 배울 때에는 칼뱅파의 종교의 자유와 베스트팔렌 조약은 관련이 없다고 배웠다.  그래서 함정문제로 종종 출제되었었다.  물론 베스트팔렌 조약을 통해 네덜란드와 스위스가 독립하면서 그 국가들에서는 칼뱅파가 믿음의 자유를 얻었지만 나머지 국가들에서는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  그래서 영국 청교도가 미국 세우고 프랑스에서 낭트 칙령 폐지되며 프랑스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어 프랑스 대혁명이 발생하게 되는 경제적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문제 보기에 베스트팔렌 조약을 통해 칼뱅파가 종교의 자유를 얻고, 이후 유럽 국가들이 종교 문제로 다투기 보다 경제 발전에 힘쓴다는 보기가 있었다.  이것은 무조건 틀린 것.  그런데 맞는 것이었다.

"어?  이거 왜 이러지?"
내 기억이 잘못 되었나?  애들에게 설명을 해 주어야 하는데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칼뱅파가 믿음의 자유를 얻었다는 보기가 맞았다고 답지에 나와 있으니 나도 혼란스러웠다.  나중에 애들에게 사회책 한 번 가져와보라고 해야겠다.  어떤 교과서는 면죄부라고 하고 어떤 교과서는 면벌부라고 하고...하여간 확인을 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2학년 수업을 마치고 쉬고 있는데 3학년 여학생 하나가 내게 왔다.
"선생님, 스승의 날 선물이요."
"응?"
일단 당황했다.  스승의 날 선물을 받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애는 학원 선생님들 선물을 모두 준비해 하나씩 돌리고 있었다.

"나도 스승인가?"
학원 사회 선생님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내가 선생님이라고 생각을 해본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선물을 받아서 기쁘기보다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이런 기분은 고3때 가입만 하고 활동을 하지 않은 서클에서 후배들이 떡을 주었을 때 느낀 기분과 비슷했다.  물론 나도 활동은 했다.  고2때 가입해서 그해 고3 선배들 수능 떡값을 내었으니까.  하지만 가입했을 때 잠깐 활동하고 2학년 2학기부터 클럽/서클 시간에 친구들과 서클 활동 안 가고 노느라 바빴는데 서클 선배라고 후배들이 챙겨주어서 정말 당황했었다.  물론 그때와는 다르게 꼬박꼬박 열심히 학원에 출근해 수업을 하고는 있지만 이렇게 스승의 날 선물을 학생으로부터 받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정말 애들에게 잘 가르치도록 노력해야겠다.  하지만 베스트팔렌 조약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글쓴이: 활활이